2012-10-24
한국건축가협회상인 ‘올해의 건축 BEST 7’이 발표되었다. 올해의 7개 작품은 김천중고등학교 교과교실 동(배병길), 다음 스페이스닷원(조민석), 서천 봄의 마을(윤희진), 숭실대학교 학생회관(최문규+강인철), 여초 김응현 서예관(이성관), 판교 요철동(정재헌), LIG 손해보험 사천연수원(김태집)으로 건축 본연에 충실했다는 평과 함께 선정되었다. 김형우(홍익대 건축공학부 교수) 심사위원장은 “심사과정에서 두드러진 것은 그 동안 지속적인 건축 작업의 본원에 충실한 건축가의 작업들이었으며, 기획적인 관주도 턴키 프로젝트는 시공의 질이나 건축가의 손길이 주는 완결성과 설계적 밀도가 덜하여 대부분 심사에 오르지 못하였다.“고 말했다. 아울러 “모든 작품 심사는 건축의 실제 가치, 건축가와 건축설계에서 보이는 지속성과 실험성을 탐색하는 과정이었다’며 이번 수상작들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에디터 | 길영화(yhkil@jungle.co.kr)
자료제공 | (사)한국건축가협회
2012년을 대표하는 건축물이라고도 볼 수 있는 ‘올해의 건축 BEST 7’. 그 수상작들의 일면을 살펴보자면, 먼저 ‘여초 김응현 서예관’은 강원도 인제의 주변경관과 송림을 배경으로 한 지형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 건물은 ‘ㅁ’자 중정 내의 투명연못이 주변의 경관을 담고 있어 하루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수많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단순한 오브제로서 바라보는 대상이 아닌 적극적 공간체험의 대상으로 설계된 공간계획은 움직임과 머무름의 행위를 감각적으로 담아낸다. 또한 이러한 감각적 체험은 차경(借景)을 통한 프레임과 시퀀스를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김천고등학교 교과교실 동’은 분산병렬(finger plan)식으로 배치된 80년 역사의 학교 교사동 틈에 증축된 ‘ㄷ’자 형태의 건물이다. 유리 커튼월의 새로운 건물은 역사성을 지닌 붉은 벽돌과 푸른기와의 기존 건물과 대비되듯 조화를 이루며 마치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동시에 읽혀지는 듯 하다. 섬세한 타일 색채의 컴포지션과 바윗돌, 철망노출천장, 교실의 반투명 유리면, 멀리언의 리드미컬한 조합과 3층의 관망을 위한 테라스와 돌출 발코니가 인상적인 구성을 선보인다.
‘숭실대학교 학생회관’은 캠퍼스에 면한 12m의 경사면과 스탠드가 차지하고 있던 대지에 들어선 건물로 학생처, 강당, 카페테리아, 스넥,푸드코트, 학생복지시설 및 동아리실 등 학생들의 접근이 잦은 시설들을 수용한다. 12m라는 단차로 인해 지하에 묻히게 될 수도 있었던 대지 조건의 약점을 역으로 이용, 자연환기와 채광이 가능하게 하였다. 주어진 대지의 조건을 도시적 맥락에서의 공존의 의미로 받아들여 사방으로 열린 캠퍼스 건축물로 완성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판교 요철동’은 인접한 작은 두 필지를 공유해 유용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두 집은 서로 마당을 공유하면서, 건물의 모습은 닫힘과 열림의 형태를 서로 엇갈려 취하고 있다. 이를 통해 두 집은 마당의 효율적 공간활용과 시각적 프라이버시를 동시에 확보하게 된다. 더불어 차분하고 완성도 높은 내부공간의 디테일도 돋보이는 건축물이다.
제주시 과학기술 단지 내에 자리한 ‘다음 스페이스 닷원’은 창의적이고 수평적으로 변화하는 업무환경에 걸맞는 수평적 공간 유형을 보여준다. 건물은 8.4m x 8.4m 켄틸레버 구조 모듈 5가지로 형성되는 공간 시스템과 구조모듈의 조합이 볼트, 아치, 캔틸레버 형태를 갖는 오픈플랜으로 형성된다. 이는 수직, 수평적으로의 확장가능성을 가져다 줌으로써 향후 유기적으로 성장하면서 발생하게 될 다양한 기능적, 공간적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4면으로 열려있는 입면을 통해 서쪽으로 단지 내의 ‘전원’, 남쪽으로는 한라산, 그리고 북쪽으로는 제주 앞바다를 건물 내부에서 바라볼 수 있어, 최적의 근무환경을 마련해준다.
기업의 연수원인 동시에 휴양리조트의 성격을 지닌 ‘LIG 손해보험 사천 연수원’은 지상 5층, 지하 2층의 규모로 사천의 빼어난 자연경관과 함께 자리한다. 연수동과 숙박동으로 구성된 이 건물은 거대한 메스들로 위압감이 느껴지는 동시에, 두 동 사이의 비워진 공간을 통해 자연의 흐름이 이어지기도 한다. 대형건축임에도 불구하고 섬세한 디테일이 느껴지는 작품으로 기업연수원이라는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휴식 공간에도 상당히 공을 들인 흔적이 엿보인다.
마지막으로 ‘서천 봄의마을’은 지방도시에 나타나는 구도심의 공동화의 문제를 도시재생의 수법을 통해 공공성을 구축하려 한 프로젝트다. 공공을 위한 문화, 교육 프로그램으로서 주민 평생교육센터, 청소년 공립학원, 청소년 문화센터, 장바구니 도서관, 여성복지센터, 노인정 시설과 광장을 활용한 직거래 장터, 새벽시장 상가건물 등으로 구성되며, 지방 중소도시에서 이루어진 시범적 공공건축의 사례로도 추천되기도 했다. 픽쳐레스크한 건물동의 펼쳐짐, 자유로운 접근과 통제를 위한 계단과 진입로, 주 재료인 노출콘크리트와 부 재료 칼라 콘크리트를 함께 사용하여 변화를 시도한다. 일관된 재료와 구성이 자칫 단조로움으로 다가 올 수도 있었지만, 형태적 기교들로 그 문제를 충분히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건축물에는 기념 동판이 부착되며, 작품집으로도 출간될 예정이다.